[천운] 마지막으로, 모든 인간은 진실로 풍선에 열광한다.
2026. 1. 29. 0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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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이 하나 있습니다.
그 이야기의 정답을 도무지 구할 수 없어서,
당신이 겪은 일에 대체 무슨 의미가 있었는지 되짚고 또 되짚었습니다.
당신은 과거로부터 계속해서 이야기를 불러옵니다.
기억을 회상합니다.
그러나 느껴지는 건 맥없는 우울 뿐입니다.
그러던 중 천미르에게서 연락이 옵니다.
천미르:이야기의 끝을 알고 있어. 진상을 듣고 싶으면 이곳으로 와.
당신이 어떤 고민을 했든 간에,
당신은 천미르가 부른 곳으로 간 자입니다.
문을 열자 천미르는 역광 속에서 무언가를 만지작거리고 있었습니다.
조운한:······뭐해요?
천미르:왔구나. (소리 들린 쪽으로 고개 돌렸다.)
바늘을 든 천미르가 당신에게 풍선 하나를 건넵니다.
당신이 뭔가 물어도, 그는 대답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조운한:······. (풍선을 받아 잠시 망설이다가 네가 말한 대로 풍선을 불었다. 묶어 네게 다시 넘기며)
천미르:풍선 좋잖아. 예, 예쁘고, 음⋯⋯ 파티 할 건 아니어도.
호흡으로 부풀어 오른 풍선을 받아든 천미르는 그 끝에 실을 달고 팽팽해진 고무 위에 검은색 마카로 또박또박 글씨를 씁니다.
선이 그어질 때마다 삑 삑, 마찰하는 소리가 들려요.
삑, 삑. 삑. 삑. 삑⋯
그 동안 당신은 무엇을 하고 있나요?
당신, 풍선 좋아하나요?
조운한:(영 적응되지 않는 광경에 멍하게 네가 글씨를 쓰는 모습을 바라본다. 무언가 물어보고 싶으나, 내용이 명확하지 않아 입만 뻐금거렸다.)
그는 고개를 갸웃거리다 다음과 같이 적는 것을 끝냅니다.
천미르:알잖아. 이건 그냥 농담이야. 한 번 터트려 볼래?
천미르가 풍선을 들고 서 있습니다.
조운한:뭔······. 혹시 지금 술 마셨어요?
천미르:술 안마셨는데. 그냥⋯⋯
조운한:죽는다고 써 놓고, 터뜨려 보라 말할 사람이 아니니 그렇지...
천미르:그야 시작이 있으면 끝도 있어야 하는 법이니까.
조운한:나 어려운 말 못 알아듣는다니까. 농담 진짜 최악⋯⋯.
천미르:응, 바늘로⋯. (바늘도 건넨다!)
조운한:(꺼림칙한 마음을 뒤로 하고 네 손에 있는 풍선을 바늘로 찔렀다. 글씨 한 가운데에.)
당신이 풍선을 터트리면...
천미르가 허공에서 펑, 터집니다.
축축한 고깃덩어리가 무게감 있게 사방으로 날아갑니다.
조운한:
조운한 이성 -7
아, 뼛조각도 날아오는군요.
인간의 대퇴골은 참 넙적하고 무겁습니다.
풍선과 같지는 않죠.
풍선 같지는 않아요⋯.
조운한:
세상에, 천미르의 대퇴골이 당신의 안면을 완전히 강타했습니다.
홈런입니다! 천미르, 고관절로 당신을 격퇴!
조운한 체력 -6
하지만, 그러네요.
천미르는 이제 없군요.
살덩어리처럼 고무조각이 나폴나폴 눈 앞에 내려옵니다.
조운한:씨발, 이게 뭔⋯⋯.
어느 새 주저앉아 바닥에 나뒹구는 당신의 손에 척추뼈가 만져집니다.
구멍을 따라 길게 이어지는 신경다발, 콸콸 쏟아지는 수액들,
그러니까, 피⋯
하지만 사람은 풍선이 아니죠.
단지 이 풍선을 터트리면 사람이 한 명 죽을 뿐입니다.
풍선을 터트리면 사람이 한 명 죽게 되어 있으므로 천미르는 터져 죽었습니다.
마치 풍선처럼⋯
하지만 사람은 풍선이 아니죠.
───건이 하나 있습니다.
그 이야기의 정답을 도무지 구할 수 없어서,
당신이 겪은 일에 대체 무슨 의미가 있었는지 되짚고 또 되짚었습니다.
조운한:천미르, 천미르.
당신은 과거로부터 계속해서 이야기를 불러옵니다.
기억을 회상합니다.
그러나 느껴지는 건 맥없는 우울뿐입니다.
그러던 중 천미르에게서 연락이 옵니다.
천미르:이야기의 끝을 알고 있어. 진상을 듣고 싶으면 이곳으로 와.
당신이 이번에도 어김없이. 천미르가 부른 곳으로 간 자입니다.
문을 열자 천미르는 역광 속에서 무언가를 만지작거리고 있었습니다.
조운한:(네가 내뱉었던 말이 머릿속에서 남는다. 끝? 끝이 뭔데? 정신 없기 네가 부르는 곳으로 뛰었다.) ⋯⋯팀장님?
천미르:⋯⋯아, 왔구나.
바늘을 든 천미르가 당신에게 풍선 하나를 건넵니다.
조운한:⋯⋯그러니까 이런 꿈.
천미르:⋯⋯.
처량하게 늘어진 고무풍선을 들고, 천미르는 당신을 가만히 바라봅니다.
끈질기게.
조운한:난 그냥, 그냥 진상이 궁금했던 거지⋯⋯. 풍선을 불고 싶지는 않았는데.
당신의 말을 들은 천미르는 눈을 깜빡입니다.
천미르:⋯다른 거라면, 어떤?
조운한:미래로 가고 있지 않아요. 지금에서 그냥 가만히 머물고 싶어. 게다가, 게다가 나는 풍선에 열광하지도 않는다고.
풍선은 처량하게 늘어나다 찢어집니다.
천미르:⋯⋯.
그와 동시에 천미르의 신체도 천천히⋯ 질 나쁘게 찢겨나갑니다.
천미르:하지만, 모든 인간은, 풍선에 열광한다고. 그게⋯⋯⋯⋯
조운한:와⋯⋯. 씨발, 나보고 어떡하라고?
피투성이가 된 천미르가 당신 앞에 쓰러집니다.
조운한:아니, 안, 안 열광한다고.
하지만 당신은 이미 한 번 겪었죠.
이 다음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고 있지 않나요?
조운한:이것도 꿈이지.
천미르는 마치 풍선처럼 찢어졌습니다.
하지만 사람은 풍선이 아니죠.
⋯⋯.
───건이 하나 있습니다.
그 이야기의 정답을 도무지 구할 수 없어서,
당신이 겪은 일에 대체 무슨 의미가 있었는지 되짚고 또 되짚었습니다.
당신은 과거로부터 계속해서 이야기를 불러옵니다.
기억을 회상합니다.
그러나 느껴지는 건 맥없는 우울 뿐입니다.
그러던 중, 어김없이 천미르에게서 연락이 옵니다.
천미르:이야기의 끝을 알고 있어. 진상을 듣고 싶으면 이곳으로 와.
당신이 어떤 고민을 했든 간에, 당신은 천미르가 부른 곳으로 간 자입니다.
문을 열면⋯⋯
두 번은 봤을 광경이 펼쳐집니다.
천미르는 역광 속에서 무언가를 만지작거리고 있었습니다.
조운한:⋯⋯꿈을 깨려면 어떻게 해야 해?
천미르:뭐가 이상한데?
조운한:있어서는 안 될 일들이 막, 막 일어나요.
천미르:⋯⋯있어서는 안 될 일이라면?
조운한:꿈이 반복되고, 팀장님이 계속⋯⋯. 계속 죽, 죽는 거.
천미르:꿈이라고 생각해?
조운한:그게 아니라면, 지금 내가 보고 있는 건 뭔데...
천미르:응, 그렇지.
조운한:(어떻게 해야 할지 쉽사리 결정하지 못 한다. 내가 무얼 해야 하지? 일전에 이미 불지 않았다가 같은 꼴이 되지 않았던가. 결국 네 손에서 풍선을 가져와 불었다.)
천미르:응, 아마도? 이제 나한테 줘. (풍선 받겠다고 쭉 손 내밀었다.)
조운한:(잠시 고민한다. 그러다가 그냥 손 안에서 풍선을 터뜨렸다.) 싫어요.
이런.
당신, 아직도 모르겠어요?
풍선을 터트리면 사람이 한 명 죽게 되어있습니다.
천미르가 허공에서 펑, 터집니다.
축축한 고깃덩어리가 무게감 있게 사방으로 날아갑니다.
조운한:
조운한 이성 -4
조운한:
장기적 광기 발현
8
발작적 행동이나 감정 폭발.
7시간동안 웃거나, 울거나, 비명을 지르거나 하느라 제대로 된 행동을 하지 못합니다.
천미르의 뼛조각도 날아옵니다. 어쩌면 이미 구면이죠.
하지만 당신은 피하지 못합니다. 천미르의 대퇴골이 안면을 강타!
홈런이네요, 천미르가 고관절로 당신을 격퇴합니다!
조운한 체력 -5
조운한:하하... 하⋯⋯.
살덩어리처럼 고무조각이 나폴나폴 눈앞에 내려옵니다.
어느 새 주저앉아 바닥에 나뒹구는 당신의 손에 척추 뼈가 만져집니다.
구멍을 따라 길게 이어지는 신경다발, 콸콸 쏟아지는 수액들,
그러니까 피⋯
하지만 사람은 풍선이 아니죠.
단지 이 풍선을 터트리면 사람이 한 명 죽을 뿐입니다.
조운한:(바닥으로 털썩 주저 앉는다. 눈에서 눈물이 뚝뚝 흘러 바닥으로 떨어진다.) 아, 아... 씨...
풍선을 터트리면 사람이 한 명 죽게 되어 있으므로 천미르는 터져 죽었습니다.
마치 풍선처럼.
하지만 사람은 풍선이 아니죠!
───건이 하나 있습니다.
그 이야기의 정답을 도무지 구할 수가 없어서,
당신이 겪은 일에 대체 무슨 의미가 있었는지 되짚고 또 되짚었습니다.
당신은 과거로부터 계속해서 이야기를 불러옵니다.
기억을 회상합니다.
그러나 느껴지는 건 맥없는 우울 뿐입니다.
그러던 중 천미르에게서 연락이 옵니다.
천미르:이야기의 끝을 알고 있어. 진상을 듣고 싶으면 이곳으로 와.
당신이 어떤 고민을 했든 간에, 당신은 이곳으로 오게 되어있습니다.
문을 열자, 이제는 익숙한 광경이 보입니다.
천미르는 역광 속에서 무언가-아마도 풍선-를 만지작가리고 있었습니다.
조운한:(눈물을 흘리다가, 그 사이로 너를 노려본다.)
천미르:⋯⋯왔어?
조운한:풍선, 씨발, 풍선.
천미르:⋯⋯지금은, 뭔가를 아는 건 중요하지 않지.
조운한:(네 말을 이해할 겨를조차 없다. 그냥 몸을 웅크리고 고개를 마구 내저었다. 싫어, 싫다고. 중얼거리며.)
천미르:⋯⋯.
가만히 당신의 쪽을 응시하던 천미르는,
당신이 아무것도 하지 않을 것 같다고 느꼈는지 곧 자신의 입가에 풍선을 가져다 댑니다.
천미르:모든 사람은 풍선에 열광한대.
그리고 풍선을 불기 시작합니다.
조운한:안 한다고, 열광하지 않아. 모든 사람이 그런 건 아니라고.
천미르:⋯⋯. (멱이 잡히면 가만히 있었다. 별 다른 저항은 없다.)
조운한:내가 열광하지 않는다고. 내가 열광하지 않으면 그건 모든 사람이 아닌 거잖아요⋯⋯. 동경한다고 될 수 있었으면 이러고 있지도 않았어. 청룡에 남아 있지도, 지금 이러고 있지도, 진상을 알고 싶냐는 말에 정신 나간 것처럼 오지도 않았어. 아직 되지 못 했으니, 동경하는 거고.
천미르:⋯⋯울지 마. (손 뻗어서 더듬, 네 뺨에 손을 대고 살살 위로 올렸다. 눈가를 찾아서 흐르는 눈물을 느리게 닦아낸다.)
조운한:(사실상 지가 울려 놓고⋯⋯. 생각했으나 입 밖으로 뱉진 않았다.) 알아. 그런 당연한 건 아는데, 어떻게 끝내야 할지를 모르겠어. 알려주면 안 돼? 시키는 대로 했는데 끝나질 않잖아. 게다가 끝이 뭔데? 이것조차 모르겠어요, 저는. 우리가 봐야 하는 결말이 대체 뭔데?
천미르:전제는⋯ 간단하지. 모든 사람들은 풍선에 열광한대⋯⋯. 하지만 너는 그러고 싶지 않다고 했어. 그렇다면 모든 사람이 풍선에 열광한다는 건 거짓이 되잖아. 진실이 아니잖아. ⋯⋯바로 그거야. 그런데 난, 네가 싫다는 걸 강요하고 싶지 않아.
조운한:진실, 진실이어야 하나. 반드시 꼭 진실이어야만 하나. 그렇다면 나는 너무 어려운데⋯⋯. (누군가, 누군가를 가늠한다. 어느 정도에 있을지, 그게.)
천미르:⋯⋯판단하기 좋잖아. 진실과 거짓이라는 건. (그러게, 어느정도에 있으려나. 보이긴 하나. 잘 모르겠지만⋯)
천미르:난 그냥, 진행에 필요한 부품일 뿐이니까⋯⋯. 내 의견은 필요 없어.
조운한:아, 무슨 진행. 무슨 진행⋯⋯. (울음 터지듯 울컥한 목소리가 튀어나온다. 네 어깨 언저리에 얼굴 박았다. 괜히 신경질적인 말만 더 튀어나올 것 같아서.)
천미르:그냐앙, 그런 게 있어⋯⋯. (울지 말라니까. 네 머리에 손 가져다 대고 약하게 쓸어내렸다. 미안.)
조운한:(온통 듣기 버거운 말이다. 시간이 기다려주지 않는다는 것과, 과거에서 와야 한다는 것.) 나는, 나는 과거를 잘 모르는데. 옛날 일은 모두 기억이 나지 않는데. 어떻게 과거에서 오지, 내가.
천미르:그러게, 어떡하지. 나도 모르는데. 기억나는 건 그날밖에 없는데⋯⋯. 옛날 일은 다 잊어버린 사람이랑, 나를 잊어버린 사람 둘을 여기에 넣어두고 뭐가 보고싶었던 걸까. 리얼리티 쇼⋯⋯? 그런 거엔 재능 없는데. (하하)
조운한:아, 진짜 존나 잔인하네⋯⋯. 내가 잊으려고 얼마나 지랄을 했는데, 과거를 떠올려야 한다고.
천미르:글쎄다아⋯⋯, 그때는 좀 '풍선에 열광한다' ⋯며 누군가를 만족시키고, 나름대로 해피엔딩 조건을 해금할 수도 있지. ⋯아닌가? 아님 말고.
조운한:⋯⋯.
천미르:다들 철옹성을 쌓으려고 한다니까⋯⋯. 모래성으로는 부족한가. (하하) 응, 둘 다 겁쟁이야. 겁쟁인데⋯ 나는 저질러놓고 후회하는 놈, 너는 저지를 생각도 안 하는 놈. 그 정도 차이일까. ⋯⋯씨가 되지 않으면 어때? 그럼, 이번엔 죽었구나 생각해 봐. ⋯⋯다음엔 싹이 틀지도 모르잖아. (뜨음) 아니면, 그래. 내가 반드시 싹트게 해줄게. 이건 어때.
조운한:다시 쌓을 수 있다는 게 꼭 좋지만은 않았거든. 번거롭고, 힘들고, 어⋯⋯. 속상하고. 죽었구나 생각하는 게 쉬운 줄 알아요. 그게 됐으면 나 진작 했어.
조운한:근데 있잖아, 제 말을 너무, 너무 들어주려고 하지 마요. 저 말주변이 워낙 없어서. 마음에 없는 말도 존나 하고 그래서. 아니면 마음에 있더라도, 가끔은 다른 마음이 더 있을 때가 많아서. 이것도 잘 될지는 모르겠는데, 그러니까 너무 들어주려고 하지 마요.
천미르:⋯⋯어, 어려운 걸 누가 몰라? 다 알지. 비슷한 처지 사람들끼리. 다, 다 폐급 인생 살고 있는 사람들인데⋯⋯. 아는데, ⋯⋯단단하게 막아버릴수록 무너질 때 복구하기가 힘들잖아. 난, 그게⋯ 싫어서⋯⋯.
조운한:솔직해. 너무 솔직해서 그러지 못 한 나는 시기심이 들어. 동시에 부럽고. 사실은 그래서 좋을지도 모르겠어.
조운한:부품일 뿐이라던 팀장님도 풍선에 열광했으면 좋겠어요.
천미르:⋯⋯너, 너만 부럽나. 나도 똑같거든. 나도⋯⋯. 난⋯⋯. 멋대로 믿고, 솔직하게 말하고, 그거때문에⋯ 상처 받는 경우도 많으니까. 으음, 모르겠다. 둘 다 너무 극단적이야. 그러니까 서로를 부러워할 수밖에 없겠구나 싶어.
천미르:응, 풍선에 열광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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펑!
이번에 터지는 건 무엇일까요?
어디선가 축포가 터집니다. 꽃잎이 날리는 것처럼 컨페티가 날려요.
과거로부터 온 것과 미래로 가는 것은 차이가 있습니다.
잘 생각해 보세요. 당신은 이곳에 왜 왔나요?
당신은 무슨 진실을 알고 싶어서 왔나요?
당신이 이해할 수 없어 괴로웠던 것은 무엇인가요?
그런 것은 없습니다.
단지, 모든 인간이 진실로 풍선에 열광했기 때문에 이곳에 오게 된 것 뿐입니다.
마치 놀이기구를 타는 것처럼, 그곳에 내렸을 때 상품으로 받게 되는 풍선이 저 멀리 날아가지 않도록 꼭 쥐는 것처럼.
그러니까 무서워 하지 않아도 됩니다.
무엇이든 하세요.
우리는 모두 그냥, 어쩌다보니 창조되었습니다.
규명해야만 할 것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그저 지금 상대의 손을 잡고 거리에 나가세요.
당신은 그럴 수 있습니다.
당신과, 당신 너머의 플레이어 모두.
그럼 마지막으로, 모든 인간은 진실로 풍선에 열광한다는 이 자명한 사실을 알립니다.



음, 그래⋯⋯. 진상이라고 할 게 뭐가 있겠어.
그보다 이것 좀 불어줄래?

뭐, 파티 할 것도 아닌데 풍선은 왜.


(풍선을 좋아한다고 할 수는 없다. 굳이 따지면 좋아하지 않는 것에 가깝지. 가까이 해본 적이 없으니.)


아닌데. 술 마신다고 취할 사람이 아닌데.
원래 그런 농담 안 하잖아.

왜, 하, 하면 안되나?

왜, 왜 터뜨려야 하는데요? 기껏 불었는데.

⋯⋯그래서, 안 터트릴 거야? (여전히 풍선을 들고 있다.)

하라면 해야죠. 뭐, 바늘로?



| 기준치: | 40/20/8 |
| 굴림: | 84 |
| 판정결과: | 실패 |

| 기준치: | 17/8/3 |
| 굴림: | 46 |
| 판정결과: | 실패 |
⋯⋯팀장님, 천, 천미르.

(헛구역질을 내뱉으며)

(풍선, 천미르 두 가지 단어가 머릿속에서 엉킨다. 제대로 된 사고를 할 수 없어 손만 떨렸다.)


나, 나 별로 좋지 않은 꿈을 꿨나⋯⋯.

왜, 무슨 꿈을 꿨길래?
⋯⋯그보다, 이것 좀 불어줄래?

꿈에서도 분명 팀장님이 나한테 풍선을 줬고, 바늘을 들고 있었고.
그, 그거 꼭 불어야 해요? 안 불면 안 돼?

하지만 네가 여기에 왔잖아.

저 풍선 싫어요. 다른 거 하자, 그냥⋯⋯. 어?
(풍선을 받았으나 불지 못 하고 가만히 서 있는다.)

하지만, 새, 생각해봐⋯. 넌 미래로 가고 있어. 그러기 위해 여기에 왔어.
그리고, 여기에 풍선이 있지.
⋯⋯모든 사람은 풍선에 열광한대. 풍선 불어줄 거야?

(나는 예지몽을 꾸는 능력이 없다. 멍하게 알 수 없는 말을 하는 널 보다가 손에 든 풍선을 힘으로 찢었다. 일반적인 풍선이라면, 분명 찢기겠지.)




(쓰러진 천미르 옆에 주저 앉는다.)
팀장님, 팀장님 제발, 장난 좀 그만하고⋯⋯.

제발.


이상해.
너무 이상한데요.






아니면 안 되는 거잖아.
너 천미르 맞잖아.

천미르지⋯⋯.
하지만 그건 여기에서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데.
중요한 건 그거야, 풍선을 불겠어? (네게 고무풍선을 내밀었다.)

⋯⋯이 정도면 됐어요?



| 기준치: | 33/16/6 |
| 굴림: | 59 |
| 판정결과: | 실패 |
글씨 아직 안 썼잖아, 이 미친 새끼야⋯⋯.

| Attention: |
| You are Becomes Indefinitely Insane |






내가 대체 뭘, 뭘 알아야 하는데⋯⋯.

그냥, 풍선을 불어. 우리는 결국 그러기 위해 이곳에 왔잖아⋯.




(흐릿한 시야로 대강 네 멱살을 향해 손을 뻗는다. 서 있고 움직이는 걸음조차 명확하지 않다. 네 멱살을 잡고 매달렸다는 것 정도만.)
아, 하지 마...

너는 모든 사람의 범주에 들어가지 않아?
⋯⋯하지만 지금까지 평범한 삶을 동경해왔다고 했잖아.
모두가⋯ 모두가 풍선에 열광하면 그건 평범한 삶이 아닌가?
왜 스스로 거부하고 있는 거야?

⋯⋯제가 열광해야 해요?
난 아직 평범한 부류에 속할 자신이 없는데?
열광하기 싫어.
(음성이 나올 때 역시 눈물은 쉼 없이 떨어진다. 숨이 가빠져서 시야가 흐릿할 지경이다.)

⋯있잖아, 무언가를 시작했으면 끝내야 된다고 했어. 그런데⋯⋯ 네가, 아직 평범한 부류에 속할 자신이 없으면, 풍선에 열광하기 싫다면⋯⋯
⋯⋯그냥 여기에서 계속 이러고 있을까.
아무것도 하지 말고.
제자리에서 가만히.
⋯⋯누군가가 원하는 결말은 아닐수도 있겠지만.

누군가가 원하는 결말이 뭔데.
팀장님이 원하는 결말은 뭔데요.
아, 몰라⋯⋯. 알고 싶은데, 근데, 근데... 다시 죽는 걸 보기 싫어.
끔찍해⋯⋯,

모든 인간이⋯⋯ 풍선에 열광한다는 사실이 진실이 되길 원할 수도 있겠지⋯⋯.
⋯⋯하지만 나는 네가 같이 있으면 뭐든 좋을 것 같아.

(머리 쓰는 일은 딱 질색인데. 심지어는 이런 정신이라곤 없는 상황에서는 더. 머리 아파. 멱살을 쥔 손에서 힘이 풀린다. 그리곤 그냥 너 끌어안고 아래로 몸을 떨어뜨렸다. 바닥에 부딪힌다고 해도 너 정도면 받아줄 수 있겠지, 하고.)
어려운데.
팀장님은 풍선에 열광해?
평범한 삶에 속해요?

(네가 끌어안으면 눈을 감았다. 의미 없는 행동이지만 괜히. 어차피 보이지 않는 거, 완전히 차단해버리고 서로 맞닿은 것만 느끼고 싶어서⋯)
어려우면 말아. 강요가 아니잖아.
⋯⋯.
⋯⋯⋯⋯.
잘 모르겠어. 그렇다고는 하는데, 그게 진짜인지도, 가짜인지도⋯⋯.


어디로 진행해야 하고, 우리가 어디로 가야 하는데.
나는 내가 뭘 해야 할지 모르겠고⋯⋯.
그렇다면 그냥, 팀장님이 원하는 대로 해주고 싶단 말이야.

자아⋯. 우리는 가만히 있고 싶다고 해도, 미래로 가고 있는 사람들이야. 시간은 가만히 기다려주지 않으니까. 그런데 있지⋯ 해피 엔딩을 보려면⋯⋯ 미래로 가는 걸로는 해결이 되지 않는대. 과거로부터 와야한다나, 뭐라나⋯.
⋯⋯어렵잖아! 난잡한 영화를 보는 것 같아. 혼자서 해석할 수 있어? 난 못해줘. 스포일러라고, 그거. 금기시 되는 행위. (하하하⋯⋯)
⋯⋯내가 원하는 건 네가 하고싶은대로 하는 건데. 이러면 어쩌나, 어떻게 해야하나⋯⋯.

어려워⋯⋯. 이딴 영화가 세상에 존재한다면 필시 망했을 거예요.
그럼, 그냥, 그냥. 조금만 더 아무것도 하지 말고 있어요. 나는 아직까지는 미래로 가고 싶지 않아서.
알지 못 하는 사람들이 풍선에 열광한대도 팀장님이 모르겠다면, 어⋯⋯.
나도 아직까지는 열광하고 싶지 않아.

안그래도 이미 망하고 있잖아⋯⋯. 우리가 멋대로 해서, 열광하면 된다는 그 한마디가 하기 싫어서⋯⋯. 아무것도 안 하고 있으니까. (쓰다듬던 손 내려서 마주안았다.)
그럴까. 가만히 있을까아, 아무것도 하지 말고. ⋯⋯나아갈 준비가 된다면 알려줘.
음, ⋯⋯그런 때가 안 오면 여기에서 죽치고 앉아있는 것도 나쁘진 않을지도⋯. 혼자면 외로워도 둘이면 괜찮을 것 같은데. 안 그래?

⋯⋯잘 보일 사람도 없는데 뭐 어때요.
만약에 나아갈 준비가 된다면? 그럼 뭘 할 건데요? 내가 뭘 할 수 있는데요?
아 내가 그런 말 하지 말랬지⋯⋯. 아마도 한참 뒤에 끔찍해질 거라고.
근데, 근데 진짜 괜찮을 것도 같네. 더 최악이야. 이런 막연한 생각.

⋯⋯난 그러고 싶지 않으니까 하는 말이지. 끔찍해질 거라고 생각하지 마.
계속 행복하고 싶어. 너랑 계속⋯⋯ 편하게, 좋은 관계로, 좋게⋯ 남아있고 싶은데. 그런 바람에서 나오는 말이야. 말은 씨가 된다잖아. 씨가 될 거라면 좋은 말이 씨가 되는 게 좋잖아. 좋은 게 좋은 거니까.
그럼, 이제 그 최악의 생각에서 더 떨어질 곳은 없나? ⋯⋯그거면 된 거 아니야?

내가, 겁이 많아서 그래요. 팀장님 자꾸 자기한테 겁 많다고 그러지. 저도 사실, 존나 많거든요. 아니, 원래 알고 있었을지도 모르겠는데⋯⋯. 저는 그런 말을 내뱉는 것조차 모두 두려워서. 씨가 되지 않을 그런 가능성 조금 때문에. 기대했다가 무너지면 그건 너무 힘들 거 같잖아.
왜, 왜 낙천적인 듯이. 막 그렇지도 않으면서⋯⋯. (말이 밉게 나온다. 늘 이런 식으로 살아왔으나 다만 이번에도 원하지 않는 것이라 그냥 눈을 질끈 감았다.)
아, 저도 그러고 싶은데요⋯⋯. 기왕이면 행복했으면 좋겠는데, 나도. 말로 하는 건 너무 버겁다고. 말로 안 해도 그냥 너도 그렇구나 해주세요.

⋯⋯나도 못 믿어?
⋯천성이 그래. 왜, 봐, 봤을 거 아니야. 원래 이런 성격 아니었는데, 나. 아마도. ⋯⋯지금보다는 낙천적이지 않았나? 밝고, 음. ⋯아닌가? (그냥 그런 사람인 거다. 변하지 않는 것. 세상에는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 성격이, 행동이, 생각이 바뀌어도 변하지 않는 천성이라는 게 있는 법이다.)
⋯⋯. 나는 누군가의 확실한 대답을 듣고 싶은데. 네가 그러길 원한다면, 더 안 물어볼게. 그렇구나, 하고⋯⋯ 넘어가볼게.
⋯잘 될지는 모르겠어.

⋯⋯.
아⋯⋯.
그렇게, 그렇게 말 좀 하지 말지. 그렇게 말하면 또 믿을 수밖에 없는데. 약속 어길 사람 아니라는 거 알아서. 그렇게 단언하면 그대로 홀랑 믿어버리고 싶어지는데.
믿어요.
⋯⋯그랬던 거 같기도 하고. 아, 확실히 그랬지. (흐릿한 걸 불러오려는 듯 미간이 찌푸려진다. 비단 네게만 할 말이 아니었다. 나 또한 그날 이전의 일들은 모조리 흐릿하기만 해서. 잊으려는 노력을 배제하더라도 자연히 잊혀지고 있어서.)

나는, 물론 확실한 대답 못 하지. 들으려고 닦달한 적은 있는 주제에 저는 그런 거 잘 못 해요. 근데, 그래도... 뭐 언젠가는 모르지 않나.
그래도 나도 조금은 달라질 수도 있지 않나. 아, 몰라⋯⋯.

⋯⋯뭐, 그, 그럼 내가 어떻게 말하는데? 나도 믿지 마? 안 될 거야? 그럴 수는 없잖아. 안그래? 난⋯⋯ 해주고 싶은 말만 하고 싶은데. 마음에도 없는 말은 못 한다고⋯⋯.
(네 말에 입꼬리가 호선을 그린다. 하하하!)
그으랬지, 그랬지. ⋯⋯지금은 아니긴 하지만. 음. 뭐 어때⋯⋯. (그쪽은 나도 그다지 떠올리고 싶은 기억이 아니라서. 완전히 다른 사람 같으니까, 지금이랑⋯. 한 번 죽었다 깬 것 같잖아.)
⋯⋯맞춰주기 까다로워. (농조) 나, 나는 농담 진담 잘 못 가려. 다⋯⋯ 진짜처럼 듣고, 진짜인 줄 알고. ⋯⋯좋아하는 사람 말은, 다, 들어주고 싶으니까. ⋯⋯어쩔 수 없는데⋯. 뭐, 이것도 노력은⋯ 해볼까.
으응, 달라질 수도 있지. 내가 계속⋯ 물어볼 것 같으니까. (다짐이랑은 다르게, 안 되는 건 안 되더라.) ⋯⋯언젠간 익숙해질걸.

(여즉 머리가 웅웅 울린다. 제대로 된 사고를 할 수 없는 것은 마찬가지.)
그래도 나는 맞춰드리기로 했잖아. 그러니까 팀장님도 가끔은 해 줘.
(제대로 된 사고를 하지 못 하여 벌어지는 일들 또한 가끔은 얼떨결에 들어맞는 경우도 있는 법이다. 단지 그런 행운을 바랄 뿐이지. 원래 정신이 뚜렷할 때도 오래 생각하는 일은 하지 않았다.)
팀장님도 평범한 삶을 살고 싶댔죠.
정말로, 모든 사람이 풍선에 열광하는 거라면. 뭐, 정신 나갔다고 치고 정말 그런 거라면.

그럼 나도 풍선을 좋아하게 될 수밖에 없겠지.
풍선에 열광해.

노, 노력한다니까. ⋯⋯내, 내 마음대로 되는 게 아니라고. (뜨음) ⋯맞춰볼게.
(하하하⋯ 웃음소리 흘리면서 널 한번 꽉, 하고 세게 끌어안았다. 끈질기게 쥐고 있던 풍선이 바닥에 나뒹군다.)
나도 그래도 되는 건가? 평범하게 살 수 있을까.
그럴 수 있으면 좋겠다. 나도⋯⋯⋯.
(하하하!) 나도 풍선, 좋아해. 파티 같고⋯⋯. 아, 앞날을 축하받는 것 같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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